라라랜드 감상평
척박한 현실 속 꿈과 낭만을 말하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이야기. 이 작품은 뮤지컬 영화로서 훌륭한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 뮤지컬적인 요소를 적재적소에 집어넣어 이야기가 무너지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 주고 있다. 또한 배경음악 속 리듬과 템포 변화를 통한 뛰어난 완급조절과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연출이 더해져 아름답고 황홀한 경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전작인 위플래쉬에서 일과 사랑을 동시에 이루는 것을 부정적으로 그렸기 때문에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씁쓸해 보일 수 있는 결말이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성향을 띄고 있어 굳이 연관 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양한 영화 해석이 나오지만 나는 해피엔딩으로 보인다. 서로의 존재를 통해 세바스찬은 꿈과 사랑을 지켜낼 수 있었고 미아는 이뤄낼 수 있었다. 마지막 씬의 클럽 로고를 보면 세바스찬이 고집하던 '치킨꼬치'가 아닌 미아가 그려낸 '셉스'를 타이틀로 걸고 있다. 이는 이곳이 두 사람이 함께 꾸던 꿈의 공간임을 말하고 있다. 만약 미아가 지켜주지 않았다면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과 만났다면 현실에 부딪혀 이룰 수 없는 꿈이었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있었기에 그저 꿈으로만 남을 수 있던 그 공간이 완벽하게 현실로 구현될수 있었다. 그렇게 두사람이 그려낸 멋진 꿈의 공간에서 꿈의 대화를 통해 성장과정 속 서로 아팠던 기억을 보듬어 준다. 성숙한 사랑을 말하는 완벽한 엔딩이라고 생각된다.
사랑을 지키려는 남자, 꿈을 이루려는 여자
이영화의 스토리 줄기는 다소 진부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내용이다. 이런 단출해 보이는 서사 때문에 영화의 깊이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작품에서 차젤레 감독은 어떤 무거운 철학이나 사상 같은 것을 말하고자 하지 않았다. 그보다 가벼운 소재를 이용해 모든 이들이 쉽게 공감하기를 바랐다. 그는 그저 꿈을 꾸는 평범한 모든 청춘들을 다독이고 격려하길 원했다. 이런 단순하고 작은 울림이 이 영화에선 그 어떤 철학적 메시지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꿈과 사랑을 지키려는 남자 세바스찬, 꿈과 사랑을 이루려는 여자 미아. 비슷한 것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출발선에서 이 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자 주인공 미아는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오디션장과 사교모임을 번갈아 다니며 자신의 재능과 매력을 알아봐 줄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꿈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낙담하며 집으로 걸어가는 도중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을 듣는다. 그녀는 그 소리에 이끌려 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안에는 피아노를 치는 남자 세바스찬이 있었다. 남자 주인공 세바스찬은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지키지 위해 재즈클럽을 여는 꿈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신념을 믿고 흔들림 없이 세상에 나아가길 원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당시 그의 상황이 좋지 못했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에 있는 세바스찬은 과거 자신의 신념 때문에 쫓겨났던 레스토랑 연주자로 다시 취직하게 된다. 그는 당장 돈이 필요해 사장이 시키는 대로 가벼운 캐럴만 연주한다. 누구도 듣지 않는 고독한 무대가 이어지고 경쾌하던 캐럴은 어느새 구슬픈 재즈로 변한다. 이 모습을 본 사장은 그 자리에서 해고를 통보한다. 미아는 급히 세바스찬에게 말을 걸어보려 하지만 기분이 상한 그는 무신하게 그녀를 지나친다. 우연히 스쳐간 오프닝에서의 첫 대면도 지금의 두 번째 만남도 이들에게 유쾌하지많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운명은 이미 마법 같은 피아노 선율에 걸려있었다. 미아를 홀렸던 피아노 연주는 '미아와 세바스찬의 테마'라는 곳이다. 만남의 시작부터 끝까지 둘을 이어주는 운명의 끈으로 작품 안에서 언제나 존재한다. 이후 또 한 번의 우연으로 둘은 마주하게 되고 몇차레의 약속된 만남을 통해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이런 과정들을 뮤지컬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이때 미아는 계속되는 오디션 실패로 상처받고 지쳐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꿈을 사랑하지만 회의감도 들었다. 그런 그녀에게 세바스찬은 오디션 대신 직접 역할을 만들고 꾸밀 수 있는 일인극 무대에 도전해 볼 것을 권유하게 된다. 또 미아가 재즈를 싫어한다고 말하자 본인이 자주 가던 클럽에 데려가 연주를 들려주며 그 역사와 매력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이 날의 대화를 통해 미아는 세바스찬의 추구하는 방향을 어느정도 파악하게 된다. 그래서 이후 그녀는 그 꿈을 지켜주고자 많은 노력을 한다. 이런 과정들을 지나 마침내 연애는 시작된다. 두사람은 점점 더 서로의 꿈을 이해해주며 사랑하게 된다. 언제까지 견고할 것만 같았던 이들의 사랑은 불행하게도 한 인물의 등장과 함께 조금씩 균열이 나기 시작된다. 바로 데이트 도중에 만난 그의 동창 키이스 때문이다. 그는 정통 재즈만을 고수하는 세바스찬과는 다르게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것에 재즈의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서로 방향이 다름에도 그의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아는 키이스는 함께 밴드 활동을 하자며 설득한다. 세바스찬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미아가 셉스라는 클럽 이름이 적힌 로고를 만들어 선물한다. 그는 고마워 하면서도 클럽이름은 치킨꼬치 여야 한다고 못받아 버린다. 그가 존경하는 인물인 찰리 파커가 치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이름은 세바스찬 본인만의 고집스러운 꿈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의 신념이 변하지 않듯 클럽 이름 역시도 쉽게 바꿀수 없다. 이렇게 굳건하기만 하던 세바스찬이 어느날 갑자기 키이스 밴드에 합류한다. 미아와 함께하는 삶이 어느샌가 자신의 꿈보다 더 커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선택이 미아를 위한 길이라고 믿고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그런 세바스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인극을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다. 대본 쓰는것은 물론이고 소극장 대여나 자잘한 소품 준비까지 혼자서 해내고 있다. 이토록 바쁜 와중에도 세바스찬의 공연을 보러가는 것은 잊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열광 속에 마대는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녀는 마음편히 웃을수 없다. 그가 자신과 맞지 않는 옷을 입고 힘들어 한다는 것을 단번에 느꼈기 때문이다. 공연 이후 유명해진 세바스찬은 월드투어 일정이 잡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내야 했고 미아와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두사람은 의지할 곳을 잃은 채 지쳐만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찮게 시간적 여유가 생긴 세바스찬은 미아 몰래 집에 찾아가 그녀를 놀래켜 준다. 오랜만에 만난 두사람은 행복한 시간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눈다. 소소한 대화들이 끝나갈 무렵 미아는 투어가 언제쯤 끝나냐고 묻는다. 이 물음을 한 이유는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그의 꿈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걱정되어서 이다. 미아를 위해 성공하려고 노력하는 자신이 질타 받게 되자 마음에도 없는 말을 꺼내며 그녀에게 큰 상처를 준다. 결국 소중했던 둘만은 시간은 서로에게 아픔을 주고 끝난다. 그 후 얼마지나지 않아 미아는 마침내 일인극 무대에 서게 된다. 그녀는 관객이 몇 없더라도 세바스찬 만큼은 당연히 와줄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무대가 끝날 때까지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낭만을 이야기하며 꿈을 제시해주던 그는 없었다. 미아는 두려워했던 모든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자 깊은 절망에 빠졌다. 스케줄 때문에 부득이하게 늦어버린 세바스찬은 급히 달려오지만 이미 무너져 버린 그녀는 예전에으로 돌아갈수 없었다. 미아는 그렇게 고향집으로 가버리고 홀로 남겨진 세바스찬은 다시 예전의 그녀가 사랑하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중 갑자기 캐스팅 디렉터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온다. 일인극을 보고 그녀를 캐스팅하기 위해 걸려온 전화다. 세바스찬은 고향으로 내려간 미아를 찾아가 소식을 전한다. 하지만 일인극 이후 자신감을 잃은 그녀는 모든것이 두렵다. 그럼에도 그녀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내일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말한다. 다음날 결국 두사람은 함께 오디션장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미아는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디션이라는 곳은 실패의 상처로 인해 망가져버린 예술인들의 삶을 위로하는 가사를 담고있다. 오디션에 합격하게 된다면 미아는 파리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고민한다. 세바스찬은 만약에 합격하게 된다면 모든 것을 그곳에 쏟아부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런 그에게 미아는 언제나 사랑하겠다고 말해준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파리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미아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 LA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옆엔 세바스찬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 어느날 미아는 남편과 데이트를 즐기던 도중 우연히 한 클럽에 들어가게 된다. 그 입구엔 과거 자신이 세바스찬에게 선물해줬던 셉스란 로고가 붙어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무대 위에는 세바스찬이 있다. 두사람은 눈이 마주치게 되고 세바스찬은 피아노 앞에 선다. 다시 한번 연주가 시작되고 두사람은 꿈의 세계인 라라랜드로 들어간다. 그 꿈에는 많은 일들이 바뀌어 있다. 미아의 일인극은 세바스찬을 포함한 많은 관객들로 채워져 있다. 둘은 파리로 떠나 함께 꿈을 이루었고 가정을 꾸렸다. 지금 이곳으로 공연을 보러온 5년전 두사람이 바랬던 꿈이었다.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두사람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고 미안한 마음에서였는지 미아는 황급히 자리를 떠나려 한다. 하지만 또 한번 서로 눈이 마주치게 되고 그녀의 마음을 안다는 듯 그는 미소로 말을 대신한다. 그녀 역시 미소로 화답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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